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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대응센터, 4월 라운드테이블.. '햇빛소득마을 성공의 조건' 마을연구소 구자인 박사 특강

  • 4월 23일
  • 5분 분량

최종 수정일: 4월 26일

“햇빛소득마을, 돈이 아니라 주민의 자기결정권에서 출발해야”


기후대응센터가 지난 4월 23일 서울 문정 에이치비즈니스파크에서 구자인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협동조합 소장을 초청해 4월 라운드테이블을 열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의 주제는 ‘농촌 마을공동체와 읍면자치, 그리고 햇빛소득마을’이었다.



구자인 소장은 이날 발표에서 햇빛소득마을을 단순한 태양광 설치사업이나 농촌 소득사업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는 행정리 마을 사업에서 읍면 마을정책으로 확장할 때”라며,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 농촌소멸에 동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농촌정책의 기본 단위를 개별 마을에서 읍면 단위로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구자인 소장은 서울대 해양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생태공학을 전공한 뒤 일본에서 지역자치로 박사학위를 받은 지역공동체 연구자다. 귀국 이후 농촌 현장에서 마을만들기, 주민자치, 중간지원조직, 지역재생 분야의 연구와 실천을 이어왔다. 그는 농촌을 단순한 행정사업의 대상이 아니라 주민이 스스로 삶의 방식을 결정하고 지역의 미래를 설계해야 하는 자치의 공간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날 강연의 핵심은 ‘마을만들기’의 개념을 다시 세우는 데서 출발했다. 구 소장은 마을만들기를 ‘살기 좋은 지역사회 만들기’로 정의했다. 이는 주민 주도, 상향식의 풀뿌리 주민자치운동이며, 지방자치의 시작과 함께 성장해 온 지역사회개발의 방법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마을만들기가 농업경제만이 아니라 경관환경, 교육문화, 돌봄복지, 건축, 교통 등 생활 전 분야를 포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마을’ 역시 행정리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읍면 중심지와 생활공동체, 경제공동체, 동아리 활동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리 모델의 한계, 읍면 모델로 보완해야

구 소장은 기존 농촌정책이 행정리 단위 공모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고 진단했다. 행정리 마을은 농촌 공동체의 기본 단위지만, 초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심화된 상황에서 복잡한 태양광 사업을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하기에는 한계가 크다는 것이다.

발표자료는 기존 행정리 단위 사업의 한계로 세 가지를 짚었다. 첫째, 주민 주도성이 약해지고 외부 용역이나 사업계획서에 의존하기 쉽다. 둘째, 좁은 마을 안에서 큰 수익이 발생할 경우 자본의 무게가 마을 내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셋째, 단일 마을 사업은 성장의 정체와 공공성·확장성의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구 소장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립된 점’으로서의 마을을 ‘연대하는 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행정리 하나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감당하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행정리가 읍면 단위에서 연결되고 주민자치회와 실행법인, 행정, 민간 전문가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읍면 모델’은 햇빛소득마을의 보편 모델로 제시됐다. 행정리 모델이 협상력 취약, 개별 시공, 내부 이견 조정의 어려움, 인적 자원 부족, 단일 마을기금 중심의 한계를 보인다면, 읍면 모델은 공동 시스템 구축, 주민자치회 중심의 공적 토론, 여러 마을에 걸친 농지·하천·저수지의 통합 관리, 새로운 인적 자원 유입, 읍면 단위 공동기금 조성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햇빛소득마을은 농촌 에너지정책의 새 청사진”

햇빛소득마을은 농촌의 유휴공간과 공공자원, 농지 주변 공간 등을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수익을 주민과 지역공동체가 공유하는 모델이다. 그러나 구 소장은 이 사업을 ‘태양광을 설치해 돈을 버는 사업’으로만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햇빛소득마을을 “농촌 에너지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설명했다. 발표자료에서는 이를 ‘점에서 망으로’라는 표현으로 정리했다. 개별 마을이 흩어져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읍면 단위 자치 시스템을 통해 농촌 에너지자치계획을 세우고, 농촌공간계획과 결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구 소장은 특히 AI 시대와 탄소중립 시대에는 국가의 전력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공간으로 농촌이 주목받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농촌이 다시 희생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농촌이 에너지 생산지로만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전환의 이익과 권한을 함께 갖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햇빛소득마을의 성패는 발전 용량보다 거버넌스에 달려 있다. 태양광 설비를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 누구의 이름으로 소유할 것인지,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주민총회와 주민자치회가 어떤 절차로 결정할 것인지가 모두 정책의 핵심이다.


생활공동체와 경제공동체를 분리하되 협력해야

구자인 소장은 농촌마을이 지속가능하려면 생활공동체와 경제공동체의 관계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활공동체는 마을회, 주민자치회처럼 공공성과 토론, 합의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경제공동체는 실행법인이나 사회적협동조합처럼 햇빛소득마을 참여, 에너지 사업 운영, 회계 관리, 전문적 수익 활동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중요한 것은 두 조직을 하나로 섞지 않는 것이다. 생활공동체가 모든 경제사업을 직접 떠안으면 책임과 회계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반대로 경제법인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면 주민 통제와 공공성이 약해질 수 있다. 구 소장은 생활공동체와 경제공동체가 분리되되, 상호 견제와 협력의 긴장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발표자료는 이를 톱니바퀴 구조로 설명했다. 한쪽 톱니바퀴는 생활공동체이고, 다른 한쪽은 경제공동체다. 두 조직은 서로 맞물려야 굴러간다. 생활공동체는 공공성 확보, 토론과 합의 구조, 마을계획 수립과 같은 역할을 맡고, 경제공동체는 태양광 건설·전력 판매·회계 관리·운영 실무를 담당한다. 이 구조가 있어야 마을 내부의 갈등을 줄이고, 수익사업이 특정 개인이나 외부 시행사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공모사업도 바뀌어야 한다

구 소장은 햇빛소득마을이 성공하려면 공모사업 방식 자체도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존의 공모사업은 행정이 정한 틀에 맞춰 마을이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선정된 뒤 예산을 집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 방식은 계획서 작성 능력이 있는 마을이나 외부 컨설팅을 잘 활용하는 마을에 유리하다. 정작 주민이 충분히 학습하고 합의하는 과정은 약해질 수 있다.

그는 공모사업 관점과 방법론의 3대 혁신 방향으로 △행정 주도에서 민관학 협치로의 전환 △개별 사업에서 통합 정책으로의 전환 △마을 단위에서 읍면 단위로의 전환을 제시했다. 사전설계와 리빙랩 방식을 중시하고, 수치 목표보다 시범사업을 통한 질적 성과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햇빛소득마을은 농촌 마을 가까이에 ‘읍면 단위 지속가능 거버넌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 지원과 학습, 규모화와 인프라 구축, 안정적 수익 창출, 재투자와 자치 강화가 선순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돈이 마을을 망친다, 정보 공유가 마을에 꽃핀다”

구 소장은 햇빛소득마을이 현장에서 갈등 없이 안착하려면 세 가지 사전 조건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첫째, 민관 공동 추진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현장 가까이에 민간 활동가를 조기에 집중 육성하고, 기존 활동 그룹과 협력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둘째, 행정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 순환보직으로 담당자가 계속 바뀌는 구조에서는 농촌 에너지 사업의 복잡한 문제를 감당하기 어렵다. 셋째, 공모사업 관련 법제도를 조기에 정비해 신뢰감을 제공하고 시행착오를 줄여야 한다.

그는 발표자료에서 “돈이 마을을 망친다, 정보 공유가 마을에 꽃핀다”는 표현으로 정보 공개와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햇빛소득마을은 금융, 기술, 계통연계, 토지 이용, 법인 설립, 수익 배분 등 주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다. 따라서 쉬운 자료와 영상, Q&A 창구, 상담체계, 온라인 도서관이 필요하다. 주민들이 충분히 알고 결정해야 갈등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구 소장은 또 금융과 자본의 예측 가능성, 기술과 인프라의 안정성, 정보와 사후관리 체계를 읍면 자치 모델 안착을 위한 종합 지원 메커니즘으로 제시했다. 1년 거치 19년 상환 방식의 금융 조건, 계통연계 가능성 확인, 에너지저장장치 설치 검토, 현장 질문에 대한 공통 답변 제공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전국 1,400개 읍면으로 확장 가능한 모델

구자인 소장은 햇빛소득마을이 일부 선도마을의 성공 사례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발표자료는 시범사업을 넘어 전국 1,400개 읍면 단위로 확장하는 구상을 제시했다. 단순한 태양광 설치사업이 아니라, 주민이 주도하고 민관이 협력하며 고립된 마을을 연대하게 만드는 농촌 혁신의 시작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읍면 단위 모델은 규모의 경제도 가능하게 한다. 발표자료는 1개 읍면의 20~35개 행정리 가운데 여건이 준비된 10~15개 행정리가 우선 참여하면 5MW 이상 규모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마을당 500kW 기준으로 읍면 단위 결합 시 대규모 전력량 확보가 가능하고, 행정리 법인은 기초 총무 역할을 수행하며 읍면소재지 지원법인은 전문적인 회계와 행정 사무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히 발전량을 늘리기 위한 규모화가 아니다. 여러 마을이 함께 참여하면 시행사와의 협상력이 높아지고, 주민 간 정보 격차를 줄일 수 있다. 또한 읍면 공동기금을 조성해 돌봄, 교통, 교육, 일자리, 마을복지 등 지역 전체의 공공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농촌 자치의 문제다

이번 라운드테이블은 기후위기 대응을 에너지 설비의 문제로만 다루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탄소중립은 중앙정부의 목표나 도시 산업정책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농촌이 에너지 전환의 공간이 되는 순간, 그 공간의 주민이 어떤 권리를 갖고 어떻게 결정에 참여할 것인지가 핵심 문제가 된다.

구자인 소장의 발표는 햇빛소득마을을 통해 농촌정책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농촌을 재생에너지 입지로만 볼 것인가. 아니면 농촌 주민이 에너지 전환의 주체가 되고, 그 수익과 권한을 지역 안에서 순환시키는 자치의 공간으로 만들 것인가.

기후대응센터는 이번 라운드테이블을 계기로 햇빛소득마을을 기후위기 대응, 농촌 재생, 주민자치가 만나는 핵심 의제로 다뤄나갈 계획이다. 센터는 앞으로도 매월 라운드테이블을 열어 기후위기 시대 각 분야의 전환 과제를 논의하고, 시민과 지역이 참여할 수 있는 실천 모델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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