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우 | 대원외고3학년 | 미래세대가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구조적 틀 있어야
- sungmi park
- 6일 전
- 2분 분량

미래세대는 정말 기후위기에서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만 남아야 하는가, 아니면 변화를 설계하는 동등한 협력자가 될 수 있는가?
참여 경험에서 구조적 참여로 이동하는 전환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는 더 이상 과학이나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기후는 추상적 담론이 아니라 곧 맞닥뜨리게 될 생애의 조건이며, 앞으로의 삶 전체를 지탱해야 하는 시간의 길이와 직결된 문제다. 우리는 종종 미래세대의 참여를 이야기하지만, 그것이 실제 논의와 결정의 구조 속에서 어떤 위상을 갖는가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하지 않았다. 참여는 요구되지만 반영은 희미한 구조 속에서, 젊은 세대가 느끼는 공백은 분명하다. 이제 필요한 것은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미래세대가 단순히 보호해야할 존재, 미성숙한 어린 사람을 넘은 하나의 인격체로서 의사를 형성하고 책임질 정식 주체로 편입되는 절차적 구조다.
오늘날 기후운동의 현장에서 청소년들은 이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필자 역시 여러 청소년들과 어울려 많은 활동을 해왔다. '그린 기업가 정신(green entrepreneurship}'을 바탕으로 폐플라스틱을 순환 경제자원으로 전환하려는 스타트업을 설립하고, 세이브더칠드런 코리아와 함께 아동,청소년 환경단체 '어셈블 EARTHEMBLE'을 만들어 기후 페스타와 캠페인을 기획하였다. 또한 2024년 영국 셰필드/더럼/리즈 대학이 주최한 연구 제안서 대회에서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해 미생물 연료전지를 바오밥 나무에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해 2등을 수상했다. 이후 미생물 연료전지를 실제 토양 기반으로 발전시키는 연구를 전남대학교 연구실에서 진행하며,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다. 이는 단순한 참여가 아닌 실천과 설계의 단계로 진입한 시민적 행위이며, 이러한 경험을 근거로 청소년에게 기후위기를 기술, 과학, 산업의 관점에서 재구성할 수 있는 혁신 역량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현실의 정책 결정 구조는 여전히 청소년들의 요구와 큰 간극이 있다. 어셈블에서 COP27을 위한 성명서를 제출했지만 이후 의사결정에서 어떻게 검토되고 반영되었는지 확인할 방법은 추측뿐이다. 의견은 제출되지만, 그 의견이 의제가 되고 논의되고 실행되는 과정은 불투명하다. 이는 참여를 경험으로만 남게 하고, 청소년의 행위가 구조적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게 한다.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히 참여 기회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참여의 절차가 제도화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기후 의사결정 체계는 몇 가지 기본적이고도 필수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첫째, 미래세대 독립 분과 또는 참여 창구의 제도화가 필요하다. 전체 공론장에서 청소년이 소수로 섞이면 의견은 자연스럽게 희석될 수밖에 없다. 독립된 공간에서 의견을 모으고 정책 제안으로 연결할 수 있는 통로가 존재한다면, 미래세대의 관점과 그에 따른 비전은 훨씬 선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둘째, 정책 프로세스에 대한 투명한 피드백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제안 이후 어디까지 논의되었는지, 검토 단계는 어디인지, 반영이 어렵다면 이유는 무엇인지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청소년뿐 아니라 모든 시민 참여를 지속시키는 핵심적 조건이며, 참여가 행위에서 영향력으로 확장되는 관문이다.
셋째, 미래세대는 조언자가 아니라 논의의 한 축을 이루는 의사결정 주체로 위치해야 한다. 기후위기의 영향을 가장 오래 감당해야 하는 세대가 정식 논의 테이블에 앉지 못한다면, 우리는 미래를 논의하면서 미래 없는 결정을 내리는 셈이 된다.
결국 기후 거버넌스가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기술이나 복잡한 프로토콜이 아니다. 의견이 흐르고, 기록되고, 반영될 수 있는 절차적 정의다. 기후위기는 가장 인간적인 문제이며, 따라서 가장 인간적인 방식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이는 단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넘어, 기술과 정책을 누구와 함께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청소년이 참여하는 순간 논의는 달라진다. 의사결정 테이블에 앉는 순간 책임과 가능성도 함께 열린다. 우리가 지금해야할 일은 미래세대를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가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구조를 마련하는 것이다.
기후위기의 시간은 빠르지만, 미래세대의 시간은 더 길다. 그렇다면 그들이 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결정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기후정의의 시작일 것이다.
중 3때 서울 강남 침수 기후 재난 체감 ‘이대론 안된다’ 환경활동가·연구자로
청색기술, 지속 가능한 미래의 열쇠를 쥐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