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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 김홍기 서울대 교수 | 기후위기 시대, 시민 숙의와 지식 인프라의 역할 

  • 작성자 사진: sungmi park
    sungmi park
  • 11분 전
  • 2분 분량

김홍기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협의회 회장 | 서울대학교 치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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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복합적인 위험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논의하며, 어떤 근거 위에서 판단할 것인가를 묻는 시대적 과제입니다. 특히 과학적 불확실성과 장기적 영향이 공존하는 기후위기 앞에서, 시민의 숙의와 공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대응 방식이 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는 기후시민의회가 갖는 의미를 세 가지 관점에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기후시민의회는 시민 참여의 형식을 넘어, 사고의 방식을 전환하려는 시도입니다. 기후시민의회는 단순히 다양한 의견을 모으는 자리가 아니라, 시민이 충분한 정보에 접근하고, 서로 다른 관점을 이해하며, 숙고 끝에 공동의 판단에 이르는 과정을 중시합니다. 이는 즉각적인 찬반이나 다수결을 넘어, 기후위기처럼 장기적이고 복합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한 보다 성숙한 논의 방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이러한 시민 숙의가 실제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와 인공지능에 대한 신중하고 책임 있는 활용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기후위기는 감정이나 인상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방대한 기후 데이터, 다양한 시나리오, 그리고 불확실성에 대한 설명이 함께 제공될 때 시민의 숙의는 깊이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판단을 대신하는 존재가 아니라, 복잡한 정보를 구조화하고, 선택지의 의미를 비교 가능하게 만들며, 논의의 출발선을 보다 공정하게 맞추는 역할을 할 때 비로소 공공적 가치를 가집니다. 동시에 어떤 데이터가 사용되고, 어떤 가정이 내재되어 있는지에 대한 검증 역시 중요합니다. 대학은 이러한 데이터 해석과 AI 활용의 기준을 함께 설계하고 점검하는 공공적 지식 인프라입니다.

     

셋째, 대학은 시민 숙의와 미래세대를 연결하는 학습과 실험의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의 청년과 학생들은 미래의 주체가 아니라, 이미 기후위기의 영향을 직접 경험하고 있는 현재의 주체입니다. 대학은 이들이 기후 문제를 추상적인 담론이 아니라, 데이터와 사례, 그리고 사회적 선택의 문제로 이해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시민의회와 같은 공론 과정이 교육과 연결될 때, 기후위기 대응은 일회성 논의를 넘어 지속적인 사회적 학습과 기술적 성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첨단분야 혁신융합대학 COSS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전국 대학이 협력하여 데이터, 인공지능, 환경, 사회 문제를 함께 다루는 융합적 교육·연구 체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이는 특정 기술의 확산을 목표로 하기보다, 복합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사고의 구조와 책임 있는 기술 활용 방식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입니다.

     

기후대응센터의 출범은 시민 숙의와 지식 기반 대응, 그리고 데이터·AI 활용의 공공적 기준을 함께 고민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입니다. COSS 협의회 또한 대학 간 협력을 바탕으로, 인공지능이 시민의 이해와 숙의를 확장하면서도 신뢰를 훼손하지 않도록 그 역할과 한계를 함께 탐색해 나가고자 합니다.

     

기후대응센터의 창립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오늘의 논의가 기후위기 시대에 걸맞은 성숙한 시민 참여와 지속적인 사회적 학습, 그리고 책임 있는 기술 활용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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